연극 닥터이라부 - 행복의 병원으로 놀러오세요
일본 소설 <공중그네>를 원작으로 한 연극 닥터이라부! 2008년 겨울 교양수업 때문에 마지못해서 대학로를 찾았지만 생각 외로 너무 재밌어서 배꼽빠지게 웃고, 또 교훈적인 내용으로 감동까지 얻어갔던 아주 훈훈한 연극입니다! 당시 엄청난 감동으로 집에오자마자 다이어리에 적어놨던 걸 가져왔어요 ^^ 역시 좋은 작품인지라 매년 대학로에서 주름 좀 잡고 있더라구요. 기회가 된다면 또 한번 보고싶기도 합니다.
외롭고 쓸쓸한 인생, 위로받고 싶은 당신에게 내리는 처방! <닥터이라부>
주인공 : 이라부, 마유미, 강철근, 이혜리, 김선남
[이라부 병원]
*'괴짜' 정신과의사, 이라부
*심드렁한 롹커 간호사, 마유미
ep1. 선단공포증 강철근
아스팔트파의 행동대장 조폭 강철근.
찔러도 피한방울 나올거같지않은 그가 이라부를 찾아온이유는 바로 뾰족한물건을 두려워하는 선단공포증 때문이었다.
마유미의 손에 꽂힌 꼬깔콘과 빨대조차 두려워하는 그는 처음엔 주사조차 맞기를 거부하지만
괴짜 이라부의 속임수로 매번 억지로 주사를 맞게되는데.
철근을 위한 이라부의 처방은 바로 "뾰족한 것에 신경을 집중하지 말고, 두려워 하지말아라"였다.
이에 철근은 말도안되는 처방이라며 투정을 부리고,
결국 닥터이라부는 철근이 조폭생활을 접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처음에는 이라부의사의 말을 코로도안들었던 철근은
자신과 같은처지의 정신병을 앓고있는 사시미파의 행동대장을 만나게되면서
자신이 진정 원하는것은 '둥근 것'이라는걸 깨닫게된다.
그로인해 철근은 조폭생활에서 벗어나 사시미파의 행동대장이었던 친구와 횟집을 차리기로 작정.
본인의 진정한 길을 찾음으로써 병이 치료되었다
ep2. 자아도취 피해망상 이혜리
최고의 스타를 꿈꾸는 29살 모델겸배우 혜리는
자신의 곁을 항상 쫓아다니는 스토커들때문에 괴로워 불면증에 시달린다며 닥터이라부를 찾아왔다.
그녀는 자신의 외모에 자아도취되어 알 수 없는 남자들의 시선이 항상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의 그녀는 영향력 없는 무명의 모델겸배우일 뿐.
30살을 앞두고 있는 나이에 스타를 꿈꾸기에는 이미 너무 늦어버린걸까, 한참어린 여배우들이 그녀의 자리를 차고 올라온다.
그러나 그녀는 스타가 되기위해 애써 웃으며 코맹맹이소리를내는, 이미지관리에 힘쓸 수 밖에 없는 보통의 나약한 존재이다
이라부가 그녈 위해 내린처방은 바로 스토커들에게 그녀에 대한 환상을 깨게하는것.
하지만 그것이 실패로돌아가자 최후의 처방을 내린다.
스토커들이 접근할수 없도록 아예 멀리 떠나버리는, 즉 최고의 스타가 되라는 것이다.
그것을 이루는 무대가 바로 최고의 배우를 뽑는 오디션현장!
하지만 그녀는 그곳에서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무너져버리고 만다.
그것은 최고의 스타를 꿈꾸는 그녀에게 치명적인 아픔일 수 있었을테지만
결국 그녀는 그 오디션의 참패를 통해 병을 치유하게 된다.
허영과 가식으로 똘똘뭉쳐있던 겉모습은 이제 더이상 그녀에게 필요없을뿐만 아니라 독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것이다.
자신이 완벽하지 않은 존재라는 걸 깨닫게 되면서 스토커들이 매일 쫓아다닌다고 느끼던 피해망상도 사라졌다.
ep3. 착한남자증후군 섯다 김선남
"넌 착하잖아"라는 주위의 선입견에 시달려 사는 '착한남자'선남.
대학을 졸업한 후 배낭여행을 가고, 결혼을 한후 아이를 낳고 싶었던 그의 꿈은 다른이들의 기대로 인해 산산조각이 난다.
배낭여행을 가는 대신 부모님의 권유로 공무원이 됐고, 아내의 지극히 개인적인 핑계로 아이를 낳지 않았다.
하지만 인생조차 남들이 하라는대로 살았던 착한 그에게 돌아간 것은 가슴아픈 이혼의 상처.
다른남자가 생겼다며 떠나려는 아내에게 그는 욕도 한마디 못하고,
반항도 한번 못한 채 자기는 괜찮다며 착하니까 이해할 수 있다며 너무나 대범스럽게 떠나보낸다.
하지만 점점 치밀어 오르는 그의 화는 어쩔 수 없었던 듯.
어느날부터 그의 성기는 항상 '섯다'.
이라부의 처방은 바로 '화를 내는것' 이었는데 소심한 평범남 선남이에게는 너무나도 어려운 시도였다.
하지만 자신의 병을 확실하게 고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찾아간 대학 병원에서 그저 하나의 관찰대상이 되어
세상의 비아냥거리와 놀림거리가 된 그는 결국 자신의 화를 억누르지 못하고 폭발시켜버린다.
하지만 그로 인해 정말 놀랍게도, 그의 병이 바로 치유되었다.
그의 병은 이라부의 말대로, 그가 화를 발산하지않고 억지로 참는 것에서 비롯된 것이다.
닥터 이라부는 어찌보면 굉장한 괴짜의사일 수 있으나 누구보다 환자를 진심으로 대하고, 환자의 병을 진정으로 이해해주는 환자들의 유일한 조력가였다. 그는 특별한 처방을 내려놓지는 않지만 환자들과 함께함으로써 환자들이 스스로 자신의 병을 치유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철근이를 위해 직접 발 벗고 나서 혈서회에 뛰어들고 사시미파와의 협상에 참여하는가 하면,
혜리의 보디가드가 되려고 노력했고, 혜리와 오디션을 보며 최악의 오디션쇼를 만들어냈다.
또한 욕을 하지 못하는 선남이 앞에서 속시원하게 자신의 아내에게 욕설을 퍼붓고, 선남의 아내에게도 대신 욕을 내뱉은.
진정한 환자의 친구였다.
또한 괴짜간호사 마유미는 환자들이 본인의 두려움을 벗어내는데 도움을 준다.
철근에게 주사를 놔주는것, 꼬깔콘과 빨대로 공격하는 것
혜리를 향해 비웃음을 보내고 웨이브 춤을 추는것
선남의 성기를 보고 비웃고 일부러 선남의 화를 돋구는 것이 바로 그 것이다.
비록 이 세가지의 에피소드들이 과장된 것이기는하나
현대인들이라면 모두가 짊어지고 있는 병이 아닐까 생각이된다.
나 또한 선남이를 보며 가슴이 아팠고, 혜리와 철근이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했다.
이 시대의 진정한 닥터 이라부는 바로 우리 마음속에 있는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내 상처를 내가 스스로 치유 할 수 있는 것.
그것을 통해 내가 성장 할 수 있다는 것을 너무 깊숙이 가슴에 새길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배우분들도 모두 최고 ^^ 평생 못잊을 연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