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즐거움을 얻었다 – 카피라이터 정철의 <내머리 사용법>
카피라이터의 꿈을 품기 전, 광고에 대한 막연한 꿈을 가지고 별 생각 없이 펼쳤던 정철 선생님의 <내머리 사용법>은 책을 다 읽은 일주일 후 내게 큰 희망을 심어주었다. 그리고 카피라이터의 꿈을 차곡차곡 이뤄나가는 과정에서 다시 펼쳐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 지금 두번 째 만났다.
인생의 길고도 짧은 레이스에서 마주하는 수 많은 단어와 물건, 공간과 시간 사람들 까지. 정철 선생님은 절대로 그냥 생각하지 말라고 말한다. 남들과 똑같이 느끼는 인생은 재미 없다는 그 다운 생각때문이었을까? 덕분에 책의 한 장 마다 담긴 내용들이 아주 재미있게 다가왔다. 자기 전에 머리 맡에 두고 한장씩 읽으면 가장 좋다는 이 책을 나는 도저히 그렇게 읽을 수가 없었다. 버스나 지하철에 앉아서 펼치면 내려야하는 정류장이 다가올 때 아쉬운 생각이 들었고, 쉬는 시간 틈틈이 읽을 때는 지나가는 시간이 빠르게 느껴졌다. 광고를 그리는 사람 뿐만 아니라 진정한 인생의 재미를 느끼고 싶은 일반인이 읽어도 정말 좋을 책.
진정한 크리에이티브란, 공감이다
학교에서 절대 가르쳐주지 않기 때문에 살아가면서 가끔은 원망스럽기도 한 인생과 사랑, 고난과 아픔. 어쩌면 앞으로 더 가슴깊게 공감할 ‘인생은 결국은 혼자 태어나 혼자 떠나는 것’이라는 말과 꿈 앞에서 종잇장처럼 펄럭펄럭 날아다니며 질풍노도의 시간을 보내는 나에게 이 책은 든든한 선생님이 되어주었다. 특히나 가슴에 콕콕 박혔던 말들을 다시 읽으니 더 감칠맛 나게 다가왔다.한 가지 사물과 현상에 대한 독특한 발상으로 나열된 이 책은 신기하게도 엄청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접어 놓은 페이지가 어찌나 많던지, 그만큼 정철 선생님의 생각은 삶을 모두 담고 있다. 진정한 크리에이티브는 보는 순간 ‘아!’하는 공감을 일으키며, 길게 여운을 남겨야 하는 것이라는 이론이 바로 이 책을 보고 하는 말이 아닌가 싶다.
나만의 인생사전을 만들어보자
이 책의 뒷면에는 <생각을 뒤집는 인생사전101>이라고 해서, <내머리 사용법>의 속편으로 보이는 새로운 책의 표지가 있고 정말로 뒤에서부터 새로운 내용이 등장한다. 그것은 바로 일상에서 흔히 마주치는 단어에 대한 정철선생님의 아주 개인적인 상상. 단어 하나를 먼저 본 뒤에 내가 그 단어에 부여하는 의미를 떠올려 보고, 정철 선생님이 부여한 의미를 비교해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 중에서 정철선생님의 가장 멋진 사전정의가 하나 떠오른다.
‘약속 : 새끼손가락의 유일한 기능. 그러나 지키지 않으면 새끼손가락의 기능은 마비되고, 새끼손가락의 기능마비는 결국 손가락 주인의 전신마비로 이어지고 만다.’ 친구와의 약속도, 엄마 아빠와의 약속도, 결국은 나와의 약속. 늘 바쁘다는 이유로 피곤하다는 이유로 전신이 마비될 지경에 이른 내 부실한 몸뚱이에게 새 생명의 새끼손가락이 필요하다. 책을 세번 째 읽을 때는 내가 더 멋진 정의를 내릴 수 있기를.
그리고 또 생각한다. ‘거칠고 어둡고 답답한 이 세상에서 밀려나지도 상처받지도 쓰러지지도 않고 꿋꿋하게 내길을 걸으며 살아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 웃는다’